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2025년 10월 20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영화감독 김창민(당시 40세)이 20대 남성 2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서 찾은 식당이었다. 그 아들은 아버지가 맞는 모습을, 끌려가는 모습을, 쓰러지는 모습을 전부 지켜봤다.
김창민 감독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2025년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심장,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고, 4명의 중증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를 살린 사람. 그가 김창민이었다.

사건 경위 — 돈가스를 먹으러 간 아버지와 아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나
2025년 10월 20일 새벽 1시경, 김창민 감독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과 함께 구리시 수택동에 위치한 24시간 운영 식당 '한신우동'을 찾았다.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식사 중 인접 테이블에 있던 20대 남성 일행(약 6명)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이후 벌어진 일은 CCTV와 목격자 증언이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다.
CCTV와 목격자가 말하는 그 순간
- 백초크(목 조르기): 검은색 옷을 입은 남성 A씨가 김 감독의 목을 조르는 '백초크'를 걸어 가게 안에서 기절시켰다
- 기절 후 조롱: 목격자는 "A씨가 기절한 김 감독을 보고 웃었다"고 증언했다
- 항복 후에도 계속된 폭행: 김 감독이 밖으로 나가 두 손을 펴 항복 의사를 표했지만, 체크무늬 셔츠의 B씨가 계속 폭행했다
- 끌려다니며 맞은 피해자: "검은색 옷 남성이 질질 끌고 가고, 남방 입은 남성이 쫓아가서 또 두들겨 팼다"
- 신고 방해: 가게 직원이 112에 신고하려 하자, 가해자 일행이 전화기를 빼앗았다
김창민 감독은 이 폭행으로 뇌출혈을 일으켰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약 2주 뒤인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범죄심리 분석 — 이 폭행은 왜 '살인에 준하는 행위'인가
범죄심리학적 관점에서 이 사건은 단순한 '시비 끝 폭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해자들의 행동 패턴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특성을 분석해 본다.
1. 과잉 폭력 — "멈출 수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피해자가 백초크에 의해 의식을 잃은 순간 폭행은 끝나야 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기절한 피해자를 보고 웃었고, 밖으로 끌고 나가 추가 폭행을 가했다. 이미 항복 의사를 표한 상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상대를 계속 때린 것이다.
범죄심리학에서 이를 **'과잉 폭력(Overkill)'**이라 한다. 과잉 폭력은 단순한 분노 폭발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지배 욕구와 공감 능력의 부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행동 패턴이다. 쓰러진 사람을 보고 웃는 행위는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2. 집단 역학 —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일"
가해자 일행은 약 6명이었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책임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효과로 설명한다. 집단 내에서 개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이 희석되면서 평소에는 하지 않을 수준의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특히 일행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폭력은 **'과시 행동'**으로 변질된다. "내가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동료에게 보여주기 위해 폭행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군중 앞에서의 폭행이 더 잔인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반사회적 행동 패턴 — 사건 이후의 행동이 더 충격적이다
범죄심리 분석에서 범행 이후의 행동은 가해자의 심리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 기절한 피해자를 보고 웃음 →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둔감성
- 신고 전화기 탈취 → 증거 인멸과 처벌 회피의 계획성
- 사건 후 사과 없음 → 죄책감의 부재
- 가해자 A씨의 힙합곡 발매 → 사건 후에도 일상을 영위하는 것을 넘어, 대중적 활동까지 이어간 것은 자기 행위에 대한 도덕적 인식이 극히 희박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동 패턴은 범죄심리학에서 **'반사회적 인격 특성(Antisocial Personality Traits)'**의 전형적인 징후와 일치한다. 공감 능력 결여, 행동에 대한 책임감 부족, 자기중심적 사고가 핵심 특징이다.
4. 아동 앞에서의 폭행 — 이중의 피해
김창민 감독의 자폐 성향 아들은 아버지가 폭행당하는 전 과정을 목격했다. 범죄심리학에서 이를 **'간접 외상(Vicarious Traumatization)'**이라 한다.
특히 자폐 성향이 있는 아동의 경우, 충격적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거나 인지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더 깊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아이에게 남겨진 심리적 상처의 크기는 측정할 수 없다.
故 김창민,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조용히 영화를 만든 사람
김창민 감독(1985~2025)은 독립영화 분야에서 활동한 영화인이었다. 영화 미술·그림팀으로 경력을 쌓았고, 2016년 단편영화 **<그 누구의 딸>**로 제5회 경찰인권영화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단편영화 **<구의역 3번 출구>**를 발표해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상업영화가 아닌,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만들었다. 경찰인권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그의 작품 세계가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자폐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아버지
김 감독은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을 홀로 헌신적으로 돌봤다. 그날 새벽에도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24시간 식당을 찾은 것이 아버지로서의 그의 일상이었다. 주변 지인들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삶의 끝에서도 다른 생명을 살리고 싶다"
김 감독은 생전에 가족에게 여러 차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생애 마지막 순간에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유족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심장,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이로써 4명의 중증 환자가 새 생명을 얻었다.
고인이 다니던 교회의 박용규 목사는 이렇게 추모했다.
"본인이 힘들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누구에게든 자신의 100%를 줬던, 정의로운 친구였습니다."
여동생은 "겉으로는 강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오빠를 기억했다.

경찰 수사와 논란 — 왜 가해자는 아직 구속되지 않았나
현행범 체포를 하지 않은 경찰
사건 당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인적 사항만 확인하고 돌려보냈다. 경찰은 "피해자가 스스로 구급차에 탑승했기 때문에 중상해로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지만, CCTV에는 의식을 잃은 피해자가 끌려다니며 폭행당하는 장면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었다.
가해자 1명만 특정한 수사
CCTV에는 두 명의 남성이 폭행에 가담한 장면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1명만 특정해 상해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유족이 직접 CCTV를 분석하고 목격자를 찾아다닌 뒤에야 나머지 1명도 추가 입건됐다.
두 차례 기각된 구속영장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됐다.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가해자 A씨와 B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같은 동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족과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구리시민들의 반응 —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이 사건은 구리시 수택동이라는 주거밀집 지역의 평범한 식당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구리시민들의 충격과 분노는 더 컸다.
"10km 안에 가해자가 살고 있다"
유족은 "가해자들이 같은 구리시 안에, 사건 현장에서 10km도 안 되는 거리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구리시는 인구 약 20만의 작은 도시다. 마트에서, 공원에서, 길 위에서 가해자와 마주칠 수 있다는 공포가 유족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퍼졌다.
온라인에 폭발한 분노
구리시 관련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는 사건 이후 관련 게시글이 쏟아졌다.
- "수택동 그 식당 앞을 지나갈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 "우리 아이들도 다니는 동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니"
- "가해자가 구속도 안 되고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게 말이 되나"
- "구리시가 이렇게 무서운 동네였나, 밤에 아이 데리고 나가기가 무섭다"
추모와 엄벌 요구
CCTV 영상이 공개된 4월 1일 이후, 온라인에서는 추모와 함께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 "의식을 잃은 사람을 계속 때린 건 살인 미수와 다를 바 없다"
- "아들 앞에서 아빠를 때려죽이다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 "4명을 살리고 떠난 분인데, 법은 대체 누구를 지키는 건가"
- "폭행치사가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것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불구속 상태로 풀려나 같은 동네에서 일상을 영위하고, 심지어 힙합곡까지 발매하는 동안 — 피해자의 아들은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 피해자 유족이 직접 CCTV를 분석하고 목격자를 찾아다녀야 했다는 사실은, 수사기관이 피해자 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공감 능력의 상실이 만든 비극
범죄심리학적 관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공감 능력의 완전한 상실이다. 기절한 사람을 보고 웃는 것, 항복한 사람을 계속 때리는 것,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폭행하는 것 — 이 모든 행동은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멈추는 능력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 폭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 약자 앞에서 더 강해지는 것 —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는 사회에서 다음 피해자는 누구든 될 수 있다.
김창민 감독이 남긴 것
김창민 감독은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사람이었고, 자폐 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본 아버지였으며, 생의 마지막에 4명의 생명을 살린 사람이었다. 그의 삶 전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 "타인을 위해 살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아들 앞에서 맞아 죽었다. 그리고 가해자는 아직 자유롭다.
이 사건에 대한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분노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실한 초동 수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점검하고, 폭행치사에 대한 양형 기준이 피해자의 죽음에 합당한 수준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것이 고인이 남긴 4개의 장기처럼, 이 비극에서 무언가를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故 김창민 감독의 명복을 빕니다.
남겨진 아드님이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랍니다.
이 글은 2026년 4월 4일 기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범죄심리 분석은 공개된 CCTV 영상과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한 전문적 해석이며,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