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으로 입사해서 열심히 일했다. 입사 3주 만에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한 달 반 만에 상품을 런칭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통보를 받는다.
"기존 업무를 중단하고, 인수인계를 마친 뒤, 다른 조직을 알아보세요."
하던 일을 빼앗기고, 같은 회사 안에서 다른 부서에 외부 채용과 동일한 절차로 다시 지원하라는 것이다. 지원했지만 탈락했고, 이어서 권고사직이 통보됐다.
이것이 2025년 한 에듀테크 기업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해당 제보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및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유사한 경험을 한 복수의 전·현직 구성원들의 증언도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묻고 싶다. 전환배치와 퇴출의 경계는 어디인가? 어디부터가 직장 내 괴롭힘인가?
사건 개요 — 무슨 일이 있었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 시점 | 내용 |
|---|---|
| 2025년 6월 | A씨, 해당 기업에 정규직 신입 기획자로 입사 |
| 입사 초기 | 3주 만에 신규 프로젝트 기획, 약 1.5개월 만에 상품 런칭 |
| 2025년 11월 | 회사, A씨에게 "업무 중단 후 다른 조직을 알아보라" 통보 |
| 이후 | A씨, 다른 부서에 지원했으나 탈락 → 권고사직 통보 |
| 2025년 12월 | A씨,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직장 내 괴롭힘 신고 |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 업무 배제 후 "내부 전환"이라며 외부 채용과 동일한 절차를 거치게 한 것이 정당한가
- 전환배치에 탈락한 뒤 권고사직으로 연결된 것이 사실상 퇴출 절차인가
- 유사 사례가 복수로 존재한다면, 개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인가
회사 측은 **"표준화된 내부 인재 선발 프로세스"**라는 입장이고, 제보자 측은 **"비자발적 업무 배제 후 형식적 절차를 거쳐 퇴출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본 글은 언론에 공개된 보도 내용과 법적 쟁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사건의 최종 판단은 노동위원회 및 법원의 결정에 따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 법적 정의와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2019년 7월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3가지 판단 요건
| 요건 | 설명 | 예시 |
|---|---|---|
| ① 지위·관계 우위 이용 | 직급, 연차, 인사권 등의 우위를 이용 | 상사가 부하에게, 인사팀이 일반 직원에게 |
| ② 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 업무 지시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 | 합리적 이유 없는 업무 배제, 과도한 감시 |
| ③ 신체적·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 | 피해자가 실질적 고통을 받거나 일할 수 없는 환경 | 무업무 상태 방치, 동료 앞 모욕 |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법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 유형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수 있다.
업무 관련 괴롭힘:
- 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를 빼앗는 행위
- 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일을 주지 않는 행위
- 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만 시키는 행위
- 부당한 인사 조치 (감봉, 전보, 대기발령 등)
인간관계 괴롭힘:
- 집단적으로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행위
- 의사결정에서 배제하는 행위
- 개인적 심부름을 반복적으로 시키는 행위
언어적 괴롭힘:
- 다른 직원 앞에서 모욕·비하하는 발언
- 업무 능력과 관계없는 인격 비하
- SNS·메신저를 통한 지속적 비난
전환배치인가, 퇴출인가 — 법적 경계선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전환배치"라는 명목 하에 사실상 퇴출이 이루어진 것 아닌가라는 점이다.
정당한 전환배치의 조건
대법원 판례와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환배치가 정당하려면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 조건 | 내용 |
|---|---|
| 업무상 필요성 | 조직 개편, 직무 폐지 등 합리적 사유 |
| 종전 업무와의 연관성 | 완전히 다른 업무가 아닌, 연관된 업무로 이동 |
| 충분한 적응 기간 | 새 업무를 익힐 수 있는 합리적 시간 부여 |
| 불이익 최소화 | 급여·직급 등에서 현저한 불이익이 없을 것 |
| 절차적 정당성 | 사전 협의,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칠 것 |
부당한 전환배치로 의심되는 패턴
반면,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타나면 **"전환배치를 가장한 퇴출"**로 볼 수 있다.
- 갑자기 업무를 빼앗고 "무업무" 상태로 방치
- 내부 전환인데 외부 채용과 동일한 절차를 강제
- 전환 실패 시 자동으로 권고사직으로 연결
- 비슷한 패턴이 복수의 직원에게 반복
- 전환 대상자 선정 기준이 불투명
대법원은 "종전 업무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고 단기간에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도 당하고 있다면 — 대응 가이드
Step 1. 증거를 확보하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감정적 대응보다 기록이 중요하다.
- 메일·메신저 캡처: 업무 배제 통보, 권고사직 관련 대화 모두 저장
- 녹음: 1:1 면담 시 녹음 (한국은 대화 당사자의 녹음이 합법)
- 일지 작성: 날짜, 시간, 장소, 발언 내용, 동석자를 기록
- 동료 증언: 같은 상황을 목격한 동료의 확인
Step 2. 사내 신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사람은 사용자(회사)에게 신고할 수 있다. 회사는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단, 현실적으로 가해자가 경영진이거나 인사 담당자인 경우 사내 신고가 무의미할 수 있다. 이 경우 바로 외부 신고로 넘어간다.
Step 3. 외부 신고
| 기관 | 방법 | 비용 |
|---|---|---|
| 고용노동부 | 고객상담센터 ☎1350 / 온라인 신고 | 무료 |
| 지방노동위원회 | 부당해고·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 | 무료 |
| 국가인권위원회 | 온라인 진정 | 무료 |
| 노무사 상담 | 대한노무사회 무료 상담 | 무료~유료 |
Step 4. 구제신청 (불이익을 받은 경우)
해고, 권고사직, 부당 전보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없으므로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 즉흥적으로 사직서를 쓰지 마라. 사직서를 제출하면 "자발적 퇴사"로 처리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어려워진다
- 감정적으로 SNS에 올리지 마라.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공개하면 오히려 명예훼손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 혼자 감당하지 마라. 노무사, 변호사 등 전문가 상담을 반드시 받아라
사용자(회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의무
조사 의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는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가해자가 조사를 담당하는 **"셀프 조사"**는 객관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불이익 금지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자에게 해고, 전보, 감봉 등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비밀유지 의무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구조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복수의 전·현직 구성원이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부분이다. 한 명의 문제라면 개인 간 갈등이지만, 여러 명에게 반복되는 패턴이라면 조직 구조의 문제다.
스타트업·테크 기업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 성과주의의 함정: "성과 기반 인사"를 명분으로, 기준이 불투명한 평가로 특정 직원을 배제
- 빠른 의사결정의 부작용: 수평적 문화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경영진의 일방적 결정이 통보식으로 전달
- 내부 프로세스의 부재: 급성장 과정에서 인사·노무 체계가 미비한 채로 조직이 커짐
- "맞지 않으면 나가라" 문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구조적으로 밀어내는 암묵적 시스템
이런 환경에서는 직원 개인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분위기를 읽지 못한다", "회사에 안 맞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숫자로 보면
| 항목 | 수치 |
|---|---|
| 2024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 | 약 18,000건 |
| 2019년 법 시행 이후 증가율 | 매년 약 20% 증가 |
| 괴롭힘 유형 1위 | 부당 인사 조치 (전보, 업무 배제 등) |
|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비율 | 약 70% ("신고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
| 사내 신고 후 불이익을 경험한 비율 | 약 35% |
가장 충격적인 숫자는 **"신고하지 않은 70%"**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또는 "증거가 없어서", 또는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침묵한다.
정리 — 알아야 지킬 수 있다
| 상황 | 할 수 있는 일 |
|---|---|
| 업무를 갑자기 빼앗겼다 | 메일·메신저 캡처, 업무 배제 사유 서면 요청 |
| 전환배치를 통보받았다 | 합리적 사유·절차 확인, 서면 통보 요구 |
| 권고사직을 종용받았다 | 절대 즉시 사직서 쓰지 말 것, 노무사 상담 |
|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 증거 확보 → 사내 신고 → 고용노동부 1350 |
| 해고·불이익을 받았다 | 3개월 이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
직장 내 괴롭힘은 참으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참으면 반복되고, 기록하면 증거가 되고, 신고하면 법이 보호한다. 물론 현실이 법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 글이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최소한 **"나도 할 수 있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길 바란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 1350
- 직장 내 괴롭힘 상담: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 무료 노무 상담: 대한법률구조공단 ☎ 132
이 글은 2026년 4월 기준 언론 보도 및 근로기준법, 고용노동부 매뉴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유무죄 판단이 아닌, 법적 기준과 대응 방법을 안내하는 정보성 글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의 최종 판단은 관계 기관의 결정에 따릅니다.
Written by Now-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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